이재명 정부의 초대 주중대사라는 상징적인 자리에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인 노재헌 재단법인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는 진보 진영 정부가 보수 진영 대통령의 아들을 핵심 외교 요충지에 임명하는, 그야말로 '파격적인 통합 행보'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는 이미 노 이사장을 차기 중국 대사로 낙점하고 중국 정부의 임명 동의 절차인 '아그레망'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노 이사장은 이미 이재명 정부의 대중국 외교에 깊숙이 관여해왔다. 그는 지난달 말, 박병석 전 국회의장을 단장으로 한 대통령 중국 특사단에 포함되어 중국을 방문했으며, 이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박정 의원과 함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보내는 이재명 대통령의 친서를 직접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이는 그가 단순히 명망가의 자제로서가 아니라, 이미 현 정부의 신뢰를 받는 외교 채널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인사의 가장 핵심적인 배경으로는 단연 그의 아버지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외교적 유산이 꼽힌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이던 1992년, 냉전의 장벽을 허물고 중국과의 역사적인 수교를 맺은 '북방정책'의 주역이다. 당시 공산권 국가들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며 한국 외교의 지평을 획기적으로 넓혔던 이 정책의 상징성이 30년이 지난 지금, 그의 아들을 통해 재조명되는 셈이다. 이재명 정부가 복잡하게 얽힌 미중 관계와 경색된 남북 관계 속에서, 한중 관계의 초석을 놓았던 역사적 맥락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며 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찾으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즉, 이번 인사는 '아버지의 외교적 유산을 아들이 이어받는' 모양새를 취함으로써 중국 측에 매우 긍정적이고 상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단순히 과거의 인연에 기대는 것을 넘어, 한중 관계의 새로운 30년을 열어가는 데 있어 역사적 정통성과 연결고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외교적 신호탄이다.

 

또한,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줄곧 강조해 온 '통합'과 '실용'의 가치를 외교 분야에서도 관철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출신이나 진영을 가리지 않고 오직 국익과 실리에 부합하는 인물을 중용하겠다는 '이재명식 탕평인사'의 정점이라고도 볼 수 있다. 보수 정부의 상징적 인물의 아들을 기용함으로써 국내 정치적으로는 통합의 이미지를 강화하고, 대외적으로는 이념을 떠나 실용적인 외교를 펼치겠다는 메시지를 명확히 한 것이다. 노 이사장의 내정은 이처럼 다층적인 의미를 담은, 이재명 정부의 대중국 외교 정책 방향을 예고하는 중요한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