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치
정청래, 합당 승부수..조국 “국민 뜻대로”
정치권에 거대한 지각변동이 감지되고 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국혁신당을 향해 전격적인 합당을 제안하며 야권 통합의 불씨를 지폈다. 정 대표는 22일 긴급 기자회견을 자처해 조국혁신당에 우리와 합치자며 공개적인 러브콜을 보냈다. 그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추구하는 시대정신이 결코 다르지 않다고 확신한다며 양당의 결합이 운명적인 선택임을 강조했다. 정 대표는 과거 혁신당 창당 당시 자신이 언급했던 따로 또 같이라는 기조를 환기하며 지난 대선과 총선을 거치며 확인된 야권의 결속력을 합당의 명분으로 내세웠다.정 대표가 합당의 시기로 점찍은 것은 다가오는 6.3 지방선거다. 그는 이재명 정부의 성공적인 출범과 정권 재창출을 위해 이번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전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윤석열 독재정권 심판을, 혁신당은 3년은 너무 길다는 슬로건으로 각기 활동해왔지만 결국 뿌리는 하나라는 논리다. 이에 대해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즉각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조 대표는 정 대표가 언급한 이재명 정부의 성공이 곧 정권 재창출이라는 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국민과 당원의 목소리를 경청해 최선의 길을 찾겠다고 화답했다. 양당 수뇌부 사이에서는 이미 어느 정도 사전 교감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제안은 민주당 내부에서 거센 후폭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당내 민주적 절차와 숙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정 대표가 독단적으로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백승아 민주당 대변인은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합당 관련 소식에 대해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원내지도부와 긴밀한 소통이 전혀 없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모경종 의원 역시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합당은 당내 구성원들의 의사를 먼저 확인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조국혁신당의 대답보다 우리 내부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장철민 의원의 반발은 더욱 직접적이었다. 장 의원은 당원의 뜻을 묻지 않은 일방적인 합당 추진에 명확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그는 이러한 깜짝쇼 방식으로는 합당을 진행할 수 없으며 반드시 당원들의 뜻을 묻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최고위 논의 여부에 대해 직전 비공개 회의에서 공유했을 뿐이며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고 해명했지만, 사실상 지도부조차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날치기 제안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려운 상황이다. 민주당 당헌과 당규에 따르면 합당은 대의원대회나 중앙위원회의 결의가 반드시 필요하며 의원들의 동의가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향후 당내 갈등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가 이처럼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합당을 밀어붙이는 배경에는 검찰 개혁을 둘러싼 청와대와의 미묘한 온도 차가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조국혁신당과 민주당 내 강성 지지층은 검찰의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원칙적으로는 금지해야 하지만 현실적인 필요성에 따른 예외는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유연한 입장을 밝혔다. 친명계 핵심인 김영진 의원도 대통령의 뜻과 궤를 같이하는 발언을 이어가며 힘을 보태고 있다. 결국 정 대표가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해 검찰 개혁의 선명성을 강화하고 강성 지지층의 결집을 꾀하려 한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당내에서는 이미 합당을 기정사실화하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박지원 의원은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이 주최한 세미나에 참석해 보완수사권 폐지에 힘을 실으며 박 의원이 곧 민주당 법사위원으로 불리게 될 것 같다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남겼다. 대통령의 가이드라인과는 배치되더라도 조국혁신당과 손을 잡고 강경한 개혁 노선을 걷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셈이다. 이처럼 당대표와 대통령, 그리고 의원들 사이의 견해차가 극명하게 갈리면서 민주당은 합당이라는 거대한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정청래 대표의 제안이 야권의 통합을 이끄는 신의 한 수가 될지, 아니면 민주당을 분열로 몰아넣는 악수가 될지는 미지수다. 당장 당내 반발을 어떻게 수습하느냐가 관건이다.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은 단순한 세 불리기를 넘어 차기 정권 재창출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지만, 그 과정에서 민주적 절차를 무시했다는 논란은 정 대표에게 큰 정치적 부담이 될 전망이다. 또한 청와대와의 노선 갈등이 표면화될 경우 이재명 정부의 국정 운영 동력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결국 이번 사태는 야권 통합이라는 대의명분과 당내 민주주의라는 절차적 정당성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양상을 띄고 있다. 정 대표가 조국혁신당에 던진 러브콜이 실제 결실을 보기까지는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당원들의 민심과 의원들의 지지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그리고 청와대와의 정책적 이견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가 향후 정국의 핵심 키워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권 재창출을 향한 야권의 동행이 시작될지, 아니면 내부 진통으로 그칠지 전 국민의 시선이 여의도로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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