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청주 일대에서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중년 남성들을 상대로 수면진정제를 몰래 먹이고 금품을 빼낸 여성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청주 청원경찰서는 마약류관리법 위반과 특수강도 혐의로 20대 A씨와 40대 B씨를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1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두 사람은 지난 6월 15일 오전 2시경 충남 천안의 한 여관에서 50대 남성 2명과 술자리를 가진 뒤, 졸피뎀을 몰래 섞은 술을 마시게 했다. 피해자들이 약에 취해 정신이 흐려지자 이들은 휴대전화 잠금 해제를 유도하고, 지문 인식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모바일뱅킹 앱에 접속해 자신의 계좌로 200만원을 이체한 혐의를 받는다. 수사는 “모르는 사이 돈이 빠져나갔다”는 피해 신고가 잇따르면서 시작됐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같은 수법으로 6월 한 달 동안 천안과 청주의 나이트클럽을 돌며 중년 남성들을 모텔이나 여관으로 유인했다. 범행은 주로 심야 시간대에 이뤄졌으며, 피해자에게 술을 권한 뒤 졸피뎀을 섞어 복용시키는 방식이었다. 피해자 상태를 확인한 뒤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말하도록 유도하거나 지문 인식을 강요했고, 일부 피해자의 경우 의식을 잃은 사이 송금이 진행됐다. 이들이 챙긴 금액은 총 3,6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는 최소 10명으로, 추가 피해 가능성도 열어두고 수사가 확대되고 있다.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CC)TV 분석과 휴대전화 위치기록, 금융거래 내역 추적을 통해 동선을 특정하고, 도주를 시도하던 피의자들을 지난달 말 검거했다. 확보된 증거에는 범행 당시 이동 경로, 숙박업소 출입 장면, 이체가 이뤄진 시점과 일치하는 통신기록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청원경찰서 관계자는 “유흥업소 인근에서 만난 일면식 없는 사람과의 사적 만남, 과도한 음주 제안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모바일뱅킹 생체인증과 간편비밀번호 기능은 편리하지만, 취한 상태에선 악용될 소지가 큰 만큼 사용 환경을 안전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경찰은 여죄를 추궁하는 한편, 범행에 사용된 약물의 유통 경로와 공범 여부를 수사 중이다. 금융당국과도 협조해 이상 거래 탐지와 피해자 환급 지원 절차를 안내하고 있으며, 유사 범죄 재발 방지를 위한 유흥가 합동 단속을 예고했다. 피해를 입었거나 의심 정황이 있는 경우 즉시 112 또는 가까운 경찰서에 신고할 것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