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연회비 1100만원 내도 'OK'…부동산이 스펙, '아파트 카스트' 결혼의 탄생
평당 1억 원을 돌파하며 서울의 대표적인 고가 아파트 단지로 자리매김한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에 입주민을 중심으로 한 이색적인 결혼정보회사가 등장해 화제다. 지난 6월, 9510세대에 달하는 이 거대 단지 내 상가에 '헬리오 결혼 정보'라는 간판이 내걸렸다. 이곳은 단순히 입주민들의 친목 모임이 아닌, 관할 구청에 정식으로 등록된 합법적인 결혼 중개 업체다. 회사를 설립한 서 모 대표는 30년간 송파구 일대에서 공인중개사로 활동해 온 지역 전문가이자 현재 헬리오시티에 거주하는 입주민으로, 아파트의 특성과 입주민들의 성향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워 새로운 형태의 매칭 서비스를 시작했다.해당 업체의 성장세는 폭발적이다. 정식으로 회원을 모집하기 시작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200여 명의 회원이 가입했으며, 이 중 3분의 2가량이 헬리오시티 입주민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단순히 같은 공간에 산다는 유대감을 넘어, 비슷한 경제적 수준과 생활 환경을 공유하는 이웃과 안정적인 만남을 갖고 싶어 하는 수요가 뚜렷하게 존재함을 보여준다. 나머지 회원들 역시 인근의 대규모 신축 단지인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 등 유사한 주거 환경을 가진 이들로 채워지면서, 사실상 특정 고급 주거 단지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사교의 장이 형성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러한 '아파트 기반 결혼정보회사'의 등장은 헬리오시티가 처음이 아니다. 앞서 서초구 반포동의 재건축 대장주 '래미안 원베일리'에서 비슷한 흐름이 먼저 시작됐다. 입주민들 사이에서 자발적으로 만남을 주선하던 '원결회(래미안 원베일리 결혼정보모임회)'의 활동이 크게 활성화되자, 지난 7월 이를 기반으로 한 전문 결혼정보회사 '원베일리 노빌리티'가 공식 법인으로 출범한 것이다. 당초 입주민만 가입할 수 있어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으나, 지난 2월부터 가입 대상을 서초·강남 지역 전체로 확대하면서 오히려 회원 수가 600명을 돌파하는 등 사업은 더욱 확장되는 추세다.
'원베일리 노빌리티'의 사례는 이러한 신종 결혼정보회사의 구체적인 운영 방식과 성공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가입비는 등급에 따라 연 50만 원의 비교적 저렴한 상품부터 2년간 1100만 원에 달하는 고액 상품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으며, 이미 두 쌍의 입주민 커플이 결혼에 성공하는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도 했다. 이는 아파트라는 강력한 공통분모가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 신원과 경제력이 일정 수준 이상 검증된 남녀를 연결하는 가장 확실한 '인증 마크'로 작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헬리오시티의 사례 역시 이러한 트렌드를 이어받아, 부동산의 가치가 인간관계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는 현상을 가속화시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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