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한국서 8년 징역 살고 또…'스미싱 총책' 중국인의 대담한 범죄 행각
청첩장이나 부고장을 위장한 문자메시지 하나로 12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가로챈 대규모 스미싱 조직이 경찰의 끈질긴 추적 끝에 와해됐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국내 범행을 총괄한 중국 국적의 총책 A씨를 포함한 일당 13명을 검거했으며, 이 중 4명을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다고 26일 밝혔다. A씨는 오직 스미싱 범죄를 저지르기 위해 한국으로 파견된 인물로, 입국 직후 중국에서 알던 지인들을 규합해 무려 1년 7개월 동안 범죄 행각을 이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국내 조직원 전원을 검거하는 한편, 중국 현지에서 범행을 지시한 해외 총책 2명에 대해서는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한 상태다.이들 조직의 범행 수법은 매우 교묘하고 치밀했다. 먼저 청첩장, 부고장, 교통법규 위반 고지서 등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내용으로 위장한 문자메시지에 악성 앱 설치 링크를 포함시켜 불특정 다수에게 무차별적으로 유포했다. 만약 피해자가 해당 링크를 클릭해 악성 앱을 설치하면, 그 즉시 휴대전화의 모든 권한이 범죄 조직에게 넘어가게 된다. 이들은 탈취한 권한을 이용해 피해자 명의로 새로운 유심을 무단 개통하여 기존 휴대전화를 '먹통'으로 만드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이후 휴대전화 본인인증, 위조된 신분증 등을 활용해 금융기관의 보안 체계를 차례로 뚫고, 피해자의 은행 계좌나 가상자산 거래소 계정에 침투해 모든 자금을 빼돌렸다. 심지어 카카오톡 계정까지 탈취해 지인들에게 급전이 필요하다며 돈을 요구하는 '메신저 피싱' 범죄도 서슴지 않았다.

이번 범죄로 확인된 피해자만 1천 명이 넘으며, 전체 피해 금액은 120억 원에 달한다. 특히 디지털 기기 사용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50대 이상 장년층이 전체 피해자의 80~90%를 차지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단 한 명의 피해자가 4억 5천만 원이라는 거액을 한순간에 탈취당하는 등 피해의 심각성 또한 매우 컸다. 경찰은 이번 검거를 통해 전국 각 경찰서에서 장기 미제로 남아있던 약 900여 건의 스미싱 사건이 모두 이들 조직의 소행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수도권의 한 아울렛 주차장 차량에서 피의자를 검거하는 과정에서는 범행에 사용된 대포폰 15대와 위조 신분증, 그리고 범죄수익금 현금 4천500만 원을 압수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국내 금융 및 통신 시스템의 허점도 일부 드러났다. 범죄 조직이 사용한 위조 신분증은 글꼴이 조잡하게 다르거나 실존하지 않는 기관명이 적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통신사와 금융기관의 본인인증 시스템을 그대로 통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러한 취약점을 해당 통신사 2곳과 금융기관 2곳에 즉시 공유하고 개선을 요구했다. 한편, 경찰은 대부분의 범죄수익금이 자금 세탁을 거쳐 중국에 있는 총책에게 넘어간 것으로 보고, 해외 총책들을 검거해야 실질적인 피해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터폴과의 공조를 통해 해외에 있는 주범들을 끝까지 추적해 검거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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