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위태로운 휴전이 시신 반환 문제를 둘러싼 팽팽한 신경전으로 얼룩지고 있다. 27일(현지시간) 하마스는 가자지구에서 사망한 인질로 추정되는 시신 한 구를 추가로 적십자사에 인계했다. 이스라엘군은 즉각 시신을 넘겨받아 신원 확인을 위해 텔아비브의 법의학 연구소로 이송했으며, 신원이 최종 확인될 경우 가자지구에 남은 이스라엘인 인질 시신은 12구로 줄어들게 된다. 이는 지난 10일 발효된 1단계 휴전 협정에 따른 조치지만, 생존 인질 전원이 일괄 석방된 것과 달리 시신 송환은 더디게 진행되며 양측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뇌관이 되고 있다.

 

양측은 시신 반환 지연의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며 날 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최소 10구의 시신 소재를 파악하고 있음에도 의도적으로 은닉하며 협상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는 명백한 휴전 협정 위반이라는 것이 이스라엘 측의 주장이다. 반면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주장이 "거짓"에 불과하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하마스 대변인은 이스라엘의 무차별적인 공격으로 가자지구의 지형이 완전히 뒤바뀐 폐허 속에서 시신을 찾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항변하며, 인도주의적 절차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은 오히려 이스라엘이라고 역공을 펼쳤다. 실제로 이전에 하마스가 넘긴 시신이 팔레스타인인으로 확인되어 다시 가자로 돌아간 사례도 있어, 혼란스러운 현장 상황을 짐작게 한다.

 

이러한 교착 상태에 국제 사회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휴전을 중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 "하마스의 행동을 48시간 동안 면밀히 지켜보겠다"고 경고하며 압박에 나섰다. 비록 이것이 시신 반환의 최종 시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뒤따랐지만, 하마스의 성의 있는 태도를 촉구하는 강력한 메시지임은 분명하다. 갈등이 격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스라엘은 자국군 통제 구역 내에 적십자사와 이집트 측 수색팀의 진입을 허용하는 등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이는 시신 수색의 어려움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사태 해결의 공을 하마스에게 넘기려는 다각적인 외교적 압박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스라엘 내부에서는 조심스러운 일상 회복의 신호도 감지된다.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은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약 2년 만에 이스라엘 남부 지역에 내려졌던 비상사태를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안보 상황이 어느 정도 안정화되었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읽힌다. 하지만 마지막 한 구의 시신까지 모두 돌아오기를 염원하는 여론이 들끓는 상황에서, 시신 반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완전한 의미의 종전이나 평화는 요원하다. 결국 가자지구에 남은 12구의 시신은 단순한 희생자를 넘어, 깨지기 쉬운 휴전의 향방과 양측의 신뢰 회복 가능성을 가늠하는 무거운 상징으로 남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