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가 끝내 반전 기회를 살리지 못한 채 급격한 하강 곡선을 그린다. 20일 서울 잠실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LG전에서 3-5 재역전패를 당하며 10연패, 11경기 연속 무승, 13경기 연속 선취점 실패라는 삼중 침체를 한꺼번에 떠안았다. 순위도 3위에서 4위로 미끄러져 6월 10일 이후 유지해 온 단독 3위 지위를 잃었다.

 

이날 경기는 연패 탈출을 위한 전환점이 될 법한 흐름이었다. 2회 선발 나균안이 오지환에게 선제 솔로 홈런을 맞고, 직후 우익수 실책이 겹치며 적시타 없이 추가 1실점을 내준 장면은 올 시즌 롯데의 흔한 패턴을 재현했다. 그러나 3회 상대 선발 손주영의 제구 난조를 집요하게 파고든 끝에 빅터 레이예스가 역전 3점 홈런을 터뜨려 3-2로 뒤집었다. 손주영은 직전 롯데전 4경기 25이닝 1실점으로 강세를 보여온 ‘징크스형 상대’였기에 한 방의 상징성은 더 컸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롯데 타선은 5안타 7사사구를 묶고도 레이예스의 홈런 외 추가 적시타를 만들지 못했다. 잔루 9개. 4회 2사 1,2루, 5회 1사 1,2루, 7회 2사 1,2루 기회 모두 흐지부지됐다. 카운트 선점 후 방망이가 뒤로 빠지며 파울·뜬공으로 끝나는 장면이 반복됐고, 초구 존 공략 의도와 실제 스윙 질 사이 괴리가 노출됐다.

 

나균안은 2회 이후 낮은 코너 활용을 늘리며 5이닝 3실점(자책 2)으로 최소한의 선발 임무는 수행했다. 그러나 6회 2사 후 볼넷이 불씨가 돼 불펜이 동점을 허용했고, 7·8회에도 1점씩 추가로 내주며 재역전이 완성됐다. 최근 연패 구간에서 롯데는 5회 종료 시점 리드 게임이 극소수였고, ‘초반 실점 → 추격 에너지 소모 → 중반 불펜 과부하 → 후반 실점’ 순환 구조가 고착됐다.

 

연패 심화 배경에는 공격·수비·멘털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첫 두 이닝 상위 타선 초구 스트라이크 대응 성공률 저하, 주자 확보 뒤 과도한 볼 카운트 소모로 타석 주도권 상실, 실책 직후 실점률 상승(수비 리셋 실패), 역할 경계가 흐릿해진 불펜 가동 패턴 등이 겹친다. 특히 13경기 연속 선취점 실패는 심리적 ‘첫 점 압박’을 키워 이후 작전 선택 폭을 좁힌다.

 

구단 내부가 가장 먼저 복구해야 할 영역은 ‘선취 1점 설계’다. 상위 타선의 초구 패스트볼 존 구획 재정립과 선택적 어프로치, 출루 직후 제한된 사인군(히트앤드런·선택 번트) 재도입으로 투수 템포 끊기, 외야 수비 포지셔닝 데이터 재갱신으로 장타성 단타 차단, 불펜을 브리지–셋업–하이레버리지로 재고정해 추격 상황 과투입 억제가 병행돼야 한다. ‘장타 폭발’보다 ‘첫 이닝 생산성’ 지표가 안정되면 선발 운영과 후반 작전 다양성이 자연히 회복될 여지가 크다.

 

결국 롯데가 연패 탈출을 위해 회수해야 할 가장 값비싼 자산은 에이스도, 대형 트레이드도 아닌 경기 시작 30분 안에 쌓는 작은 리드다. 그 한 점이 최근 한 달간 팀을 짓누른 심리적 부채를 덜 유일한 지렛대임을 다시 확인한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