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영화 '84제곱미터'가 국내외에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달 18일 공개된 이 작품은 하루 만에 국내 영화 부문 1위를 차지했으며, 전 세계 79개국에서 순위권에 진입하는 놀라운 성과를 기록했다. 이 영화는 '영끌족' 주인공 우성(강하늘)이 어렵게 마련한 자신의 집에서 정체 모를 층간소음에 시달리며 겪는 심리적 변화를 그린 스릴러다.

 

특히 주거 환경이 유사한 일본, 홍콩 등 아시아 국가에서도 높은 공감대를 형성하며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는 층간소음이 단순한 생활 불편을 넘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층간소음 문제는 각종 커뮤니티와 뉴스에서 꾸준히 등장하며, 때로는 이웃 간 극단적 갈등이나 폭력 사태로까지 번지기도 한다.

 

층간소음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고려대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규만 교수는 "정서적 예민성이 높은 사람들, 특히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를 겪고 있는 이들이 층간소음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소리를 듣는 것을 넘어, 그 소음을 자신에게 고통을 주는 자극으로 인지하는 과정이 동반되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가중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위층에서 아이들이 뛸 때 발생하는 소리는 약 40데시벨, 망치질이나 가구를 끄는 소리는 59데시벨 정도로, 일반적으로 50~60데시벨 수준의 소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009년 대한스트레스학회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항공기 소음 노출 지역 주민들은 대조군에 비해 불안과 우울 관련 증상이 더 많이 나타났다.

 

특히 야간에 발생하는 층간소음은 수면을 방해해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 수면 중에는 신체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다양한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수면 부족은 불안과 우울을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인지기능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또한 식욕을 촉진하는 그렐린 호르몬의 분비량이 증가해 비만 위험도 높아질 수 있다.

 

소음은 심혈관질환의 위험도 증가시킨다. 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 혈압, 혈당, 혈중 지질 농도가 상승하게 된다. 이는 심장 기능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동맥경화증, 협심증, 심근경색 등 심각한 심혈관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종합병원의 연구에서는 높은 수준의 소음에 노출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들의 경우, 소음 노출은 주의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스페인과 네덜란드 연구진의 조사에 따르면, 교실에서 30데시벨 이상의 소음에 노출된 7~10세 아동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더 산만한 행동을 보였다.

 

층간소음 문제에 대처하는 방법으로는 비폭력 대화 기술이 효과적이다. "애 좀 조용히 시켜달라"는 직설적인 표현보다 "저녁 9시 이후 아이가 뛰는 소리로 잠들기 어려워 힘듭니다. 조용히 놀 수 있도록 도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와 같이 자신의 불편함을 구체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한규만 교수는 "이웃 간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직접 대면보다 관리사무소나 경비실을 통한 간접적인 소통이 효과적"이라며, "감정적 비난을 자제하고 자신의 불편을 명확히 전달하는 비폭력 대화 방식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소음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면 일시적으로 소음이 심한 공간을 피하거나, 산책, 운동, 독서 등 주의를 분산시키는 활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