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바로크 음악의 거장 필리프 헤레베허(78)가 장엄하고 영적인 바흐의 b단조 미사곡을 들려주기 위해 한국을 찾는다. 이번 내한 공연은 9월 18일 서울 예술의전당, 19일 대전예술의전당, 20일 아트센터 인천에서 연달아 진행된다. 헤레베허가 직접 지휘하는 콜레기움 보칼레 겐트와 함께 선보이는 이번 공연은 단순한 연주를 넘어, 바흐의 삶과 음악 세계 전반을 담아내는 예술적 여정을 관객에게 전할 예정이다.

 

서울 공연에서는 무려 19년 만에 같은 작품을 지휘하게 되는 헤레베허는 매일경제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 작품을 평생 200번 정도 지휘했지만, 단순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존재론적 여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바흐가 세상을 떠나기 1년 전인 1749년까지 25년에 걸쳐 완성한 이 작품이 기악과 성악을 결합한 대규모 걸작이라고 강조하며, 자신의 수십 년간의 경험과 신학적 이해, 대위법적 완성도, 그리고 음악 자체가 가진 영적인 힘이 응축되어 있음을 설명했다.

 

헤레베허는 바흐의 b단조 미사곡을 1988년, 1996년, 2011년 등 세 차례 녹음하며, 시대 악기와 당대 연주 관행을 접목한 역사주의 연주(Historically Informed Performance)를 선보였다. 이는 바로크 음악의 정수를 재현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21세기에 듣는 18세기 음악에도 깊은 정신과 의미를 담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는 “과거에는 바흐 음악이 위대한 전통의 일부로 여겨져 다소 거리가 느껴졌지만, 오늘날에는 우리와 더 친밀하고 개인적인 관계가 됐다”며 시대악기 연주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시대악기로 연주하는 것은 단순한 향수나 순수주의 문제가 아니라, 바흐가 상상했던 소리의 세계를 재현하는 과정입니다. 이를 통해 음악의 의미와 바흐의 목소리를 진실하게 전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헤레베허는 바흐의 b단조 미사곡과 ‘마태 수난곡’을 수없이 연주했지만, 매번 악보에서 새로운 경험을 한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세대가 바흐를 새롭게 듣고 이해해야 한다”며 공연 관객들에게 “귀를 기울이면 음악의 아름다움에 압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약 2시간에 걸친 연주 동안 관객들은 단순히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니라, 바흐의 음악 세계와 인간 정신을 체험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벨기에 출신의 정신과 의사였던 헤레베허는 1970년 콜레기움 보칼레 겐트를 창단하고, 1991년에는 시대악기로 연주하는 샹젤리제 오케스트라를 설립해 오늘날까지 이끌고 있다. 그는 콜레기움 보칼레 겐트를 설립한 배경에 대해 “55년 전 의대 학창 시절 친구들과 음악을 하고 싶어 시작한 것이 지금의 앙상블로 이어졌다”며 “내 삶을 형성한 음악적 기반이자 집과 같고, 함께 음악을 만드는 친구 같은 관계”라고 회고했다.

 

78세라는 나이에도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는 그는 음악을 단순한 소리로 보지 않는다. 그는 “음악은 마음과 정신을 동시에 울리는 순간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목표를 달성한 것”이라며 “언어가 없어도 고요, 긴장, 기쁨, 고통, 초월 등을 나눌 수 있다. 나는 음악이 영적인 소통의 한 형태라고 생각하며, 종교적이라기보다는 심오한 인간적인 방식으로 의미를 전달한다”고 말했다.

 

이번 내한 공연은 단순한 연주회가 아닌, 바흐의 음악과 철학, 인간 정신을 오롯이 담아내는 예술적 경험으로 평가된다. 헤레베허와 콜레기움 보칼레 겐트가 함께 선보이는 b단조 미사곡은 18세기 바로크 시대의 음악적 완성도와 21세기 관객과의 소통을 동시에 담아내며, 한국 관객들에게 역사적 음악 유산의 깊이와 감동을 전달할 예정이다. 관객들은 이번 공연을 통해 바흐의 음악적 천재성과 영적 메시지를 직접 체험하며, 음악을 통한 인간 정신의 울림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헤레베허의 설명처럼, 이번 공연은 단순히 과거의 음악을 재현하는 것을 넘어, 음악을 통해 인간과 인간, 그리고 인간과 정신을 연결하는 장이 될 전망이다. 200번 이상 지휘하며 쌓아온 그의 해석과 연주 경험은 관객들에게 단순한 청각적 즐거움을 넘어선 깊은 감동과 영적 체험을 제공할 것이다. 공연의 완성도를 위해 사용되는 시대악기와 역사적 연주 관행은 바흐가 상상한 소리의 세계를 최대한 재현하고자 하는 헤레베허의 집념과 철학을 담고 있다.

 

이처럼 이번 b단조 미사곡 내한 공연은 고전 음악 팬은 물론 일반 관객들에게도 바흐 음악을 새롭게 느끼고, 인간 정신과 감정을 음악을 통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헤레베허와 콜레기움 보칼레 겐트가 만들어낼 음향의 장대한 스펙트럼과 정교한 하모니는 한국의 무대에서 역사적 음악 경험과 현대적 감동을 동시에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