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예술

'강철군단' 신라의 비밀, 1500년 만에 봉인 해제…30대 장군과 함께 드러나

 천년고도 경주의 땅속에서 1,500년 전 신라의 역사를 뒤흔들만한 놀라운 발견이 이루어졌다. 경주시가 국가유산청과 함께 황남동 고분군 일대를 정비하던 중, 이미 존재가 알려진 120호분 아래에서 전혀 새로운 형태의 무덤인 '황남동 1호 목곽묘'의 실체를 확인한 것이다. 이 고대의 무덤 속에서는 잠들어 있던 신라의 장수와 그를 보좌하던 시종의 인골이 나란히 모습을 드러냈고, 더욱 놀라운 것은 이들과 함께 묻힌 유물들이었다. 장수가 입었던 갑옷과 투구는 물론, 그의 무덤을 지키듯 함께 묻힌 말의 갑옷과 투구까지 온전한 한 세트로 출토되어 발굴 현장을 충격과 흥분으로 물들였다. 마치 시간을 거슬러 1,500년 전 신라의 최정예 기병이 눈앞에 나타난 듯한 생생한 모습이었다.

 

이번 발굴의 백미는 단연 신라의 강력한 군사력을 증명하는 유물들의 향연이다. 특히 쪽샘지구 C10호분 이후 두 번째로 발견된 말 갑옷(마갑)은 머리부터 몸통까지 완벽한 형태로 출토되어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다. 이는 사람과 말이 모두 철갑으로 무장한 '중장기병'이 5세기 전후 신라의 핵심 전력이었음을 명백히 보여주는 증거다. 치아 분석 결과 30대 전후의 남성으로 추정되는 무덤의 주인은 이러한 막강한 군사력의 중심에 있던 고위급 장수였을 가능성이 크다. 그의 높은 신분은 함께 발견된 신라 최고(最古) 시기의 금동관 조각을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다. 한 인물의 무덤에서 사람과 말의 무장이 이토록 완벽하게 세트로 발견된 것은 전례가 없는 일로, 당시 신라의 철기 제작 기술과 군사 체계 연구에 획기적인 자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발견은 단순히 화려한 유물의 출토에 그치지 않고, 신라 고분 양식의 변천 과정을 명확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다. '황남동 1호 목곽묘'는 돌을 쌓아 봉분을 만든 거대한 적석목곽분 이전에 유행했던 덧널무덤 양식으로, 신라의 무덤 문화가 어떻게 발전하고 변화했는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교과서와도 같다. 또한, 주인을 따라 함께 묻힌 시종의 존재는 당시 신라 사회에 엄격한 위계질서와 순장 풍습이 존재했음을 실물로 증명한다. 이는 초기 국가 체제를 갖추어 가던 신라의 사회 구조와 지배층의 권위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단서다. 결국 이 무덤 하나가 신라의 군사, 기술, 문화, 사회상을 모두 품고 있는 타임캡슐인 셈이다.

 

이처럼 생생한 1,500년 전 신라의 역사는 오는 10월 27일부터 11월 1일까지, APEC 정상회의 기간에 맞춰 단 일주일간 일반에 전격 공개된다.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 신라월성연구센터에서 진행되는 이번 특별 전시를 통해 누구나 발굴 현장의 뜨거운 열기와 고대 유물의 신비를 직접 마주할 수 있다. 경주시는 이번 공개가 APEC을 맞아 방문하는 세계인들에게 신라왕경의 찬란한 역사와 문화를 선보이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유적의 보존과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고위 장수의 죽음이 1,50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우리에게 던지는 묵직한 역사적 메시지에 귀 기울일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