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예술
장애인들이 화장실에서 외친 말…연극 ‘크립스’

장애인들이 한 무대에 모여 사회의 편견과 제도적 장벽을 향해 목소리를 내는 연극이 서울에서 관객을 만난다.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은 연극 ‘크립스(Creeps)’를 16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서대문구 모두예술극장에서 공연한다. 장애인의 삶을 둘러싼 사회적 시선과 제도적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는 작품이다.
‘크립스’는 1970년대 캐나다의 장애인 보호작업시설을 배경으로 한다. 작품은 장애인들이 마주하는 제도적 장벽과 시설 안에서 만들어지는 사회적 위계, 그리고 존엄한 삶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극에는 뇌병변장애인 피트, 톰, 샘, 짐, 마이클이 등장한다. 이들은 매일 반복되는 노동과 통제적인 환경에 불만을 느끼며 자신들만의 안전한 공간인 화장실로 모여든다.
다섯 인물에게 화장실은 단순한 시설의 일부가 아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노동과 통제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들의 생각과 감정을 자유롭게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에 모인 인물들은 장애인을 동정이나 시혜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사회를 향해 거침없이 목소리를 낸다.

작품의 원작은 캐나다 극작가 데이비드 프리먼이 1971년 발표한 희곡이다. 프리먼은 장애인 보호작업시설에서 직접 일한 경험과 자신이 뇌성마비 장애인으로 살아가며 겪은 좌절과 경험을 바탕으로 작품을 썼다.
‘크립스’는 초연 이후 장애인의 삶과 사회적 문제를 무대 위에서 직접적으로 다룬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장애인을 둘러싼 사회의 시선과 시설에서 발생하는 통제, 개인의 존엄이라는 문제를 등장인물들의 대화를 통해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공연에는 백우람, 신강수, 양대은, 유두선, 정나무, 호종민, 홍성훈이 배우로 참여한다. 연출은 강보름이 맡았다. 공연은 중간 휴식 없이 130분 동안 이어진다.
작품 속 인물들은 자신들의 삶을 스스로 이야기하며 사회가 장애인을 어떤 존재로 바라보고 있는지 질문한다. 특히 장애인을 보호와 배려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시선이 오히려 이들의 삶을 통제하고 선택의 폭을 좁힐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드러낸다.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은 이번 공연을 통해 장애인의 삶을 둘러싼 제도와 사회적 인식을 관객들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단순히 장애를 소재로 삼는 데 그치지 않고, 장애인이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존엄성을 지키며 살아가기 위해 사회가 어떤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지를 작품을 통해 보여준다.

방귀희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이사장은 이번 공연을 통해 우리 사회의 제도적 한계를 돌아보고 다양한 신체와 삶이 존엄성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는 포용적인 환경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1971년 발표된 캐나다 희곡 ‘크립스’는 반세기가 넘는 시간이 지난 뒤 서울 무대에 오른다. 작품 속 다섯 인물이 자신들만의 공간에서 쏟아내는 목소리를 통해 장애인의 삶을 둘러싼 편견과 제도적 장벽을 관객에게 다시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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