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멈췄던 시계, 이재명 정부가 다시 돌린다… DMZ에 부는 훈풍

 약 3년 만에 비무장지대(DMZ) 내 6·25전쟁 전사자 유해 발굴 작업이 재개되었다. 국방부는 15일, 2022년 중단되었던 철원 백마고지 일대에서의 유해 발굴을 다시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이자, 6·25전쟁 전사자들의 유해를 가족과 조국의 품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인도주의적 사업이다. 또한, 비무장지대를 실질적인 평화 지대로 만들어 나가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조치이기도 하다. 앞서 남북은 2018년 '9·19 군사합의'를 통해 DMZ 내 공동 유해 발굴을 약속했지만, 북측의 불참으로 남측 단독으로 진행된 바 있다.우리 군은 2019년 화살머리고지를 시작으로 백마고지까지 유해 발굴을 이어갔으나, 악화된 안보 상황으로 인해 2022년 11월 부로 작업을 중단해야만 했다. 그동안 화살머리고지에서는 유해 424구와 유품 10만여 점이, 백마고지에서는 유해 67구와 유품 1만 5천여 점이 발굴되는 성과가 있었다. 국방부 관계자에 따르면 화살머리고지 지역은 발굴이 완료되었지만, 백마고지에는 아직 수습하지 못한 유해 50여구를 포함해 다수의 유해가 남아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군은 다음 달 말까지 약 160명의 인력을 투입하여 미수습 유해를 집중적으로 수습할 계획이다.이번 유해 발굴 재개는 이재명 정부의 9·19 군사합의 복원 의지가 강력하게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올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남북 간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고 군사적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9·19 군사합의를 선제적이고 단계적으로 복원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9·19 군사합의는 육상 및 해상 완충구역 내 훈련 금지, 비행금지구역 설정,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남북 공동 유해 발굴 등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들을 담고 있다.하지만 윤석열 정부 시절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와 오물 풍선 살포 등 연이은 도발에 대응하여 9·19 군사합의는 전면 효력 정지 상태에 이르렀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직후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는 등 긴장 완화를 위한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해왔으며, 이번 DMZ 유해 발굴 재개 역시 파기되었던 남북 간 신뢰를 회복하고 9·19 군사합의를 단계적으로 복원하려는 노력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남북 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귀추가 주목된다.